제 5도살장

🔖 “그게 정말이지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런 건 전혀 몰라.” 그가 말했다. “그건 네 밥벌이잖아. 내 밥벌이가 아니라.”


🔖 그리고 나는 현재에 관해 자문했다. 현재는 얼마나 넓고, 얼마나 깊으며, 그 가운데 내 것으로 챙길 것은 얼마나 되는가.


🔖 트랄파마도어에는 전문이 없습니다. 각 기호들의 덩어리는 짧고 급한 메세지입니다–하나의 상황, 하나의 장면을 묘사하지요. 우리는 그것을 하나씩 차례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꺼번에 읽습니다. 그 모든 메세지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저자는 모두 신중하게 골랐지요. 그래서 모두 한꺼번에 보면 아름답고 놀랍고 깊은 삶의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우리의 책에서 사랑하는 것은 모두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경이로운 순간들의 바다입니다.


🔖 하느님, 저에게 /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 받아들일 수 있는 차분한 마음과 /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 바꿀 수 있는 용기와 / 언제나 그 차이를 / 분별할 수 있는 / 지혜를 주소서.

빌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었다.


🔖 그들 둘 다 인생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전쟁에서 본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로즈워터는 독일군 병사라고 오인하여 열네 살짜리 소방수를 쏘았다. 뭐 그런 거지. 빌리는 유럽사 최대의 학살을 보았는데, 그것은 드레스덴 폭격이었다. 뭐 그런 거지.

그래서 그들은 자기 자신과 우주를 다시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다. 과학소설이 큰 도움이 되었다.


🔖 로즈워터는 언젠가 과학소설이 아닌 책에 관하여 빌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삶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다 들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로 충분치가 않아.” 로즈워터는 말했다.


🔖 이 이야기에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극적인 대결도 거의 없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병든데다 엄청난 힘에 휘둘리는 무기력한 노리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전쟁의 주된 영향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되는 것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 So it goes.